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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과학

은하에 속하지 않는 별

은하에 속하지 않은 독립적인 별이 있습니다.


출처 : 사인언스온 http://scienceon.hani.co.kr/208739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 적외선 배경복사 관측자료 분석 과정. 우주 전체에서 관측된 영상에서 은하와 항성들의 영향을 제거해도 여전히 '초과 빛'의 요동(fluctuation)이 남는다. 출처/ CIBER 연구팀



히 천체의 단위를 헤아릴 때 이렇다. '은하단은 작은 은하들을 거느리고, 은하는 수백억, 수천억 개의 항성(별)을 거느리고, 다시 항성은 작은 행성들을 거느리고….' 그래서 아주 먼 곳의 은하가 작은 빛의 점으로 빛나는 것은 빛을 내는 무수한 항성들이 그곳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은하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동떨어져 빛을 내는 항성은 없는걸까?


최근 우주 공간에 희미하게 퍼져 있는 적외선 빛을 관측해보니, 은하들에서 나오는 빛의 세기만큼이나 많은 빛이 또다른 곳에서 만들어져 우주에 넓게 퍼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관측 결과 보고가 나왔다. 이는 은하 내부 항성들의 빛에 견줄 만한 빛이 우주에 널리 퍼져 있음을 뜻하며, 즉 은하 바깥에도 빛을 내는 항성들이 무수히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에는 “우주의 또 다른 절반? 이전에는 몰랐던 대규모 항성들이 은하들의 사이 공간에 있다”라는 조금은 성급한 제목의 전문가 해설도 실렸다. 


이런 관측과 해석을 보고한 국제 공동 연구진(Zemcov 등 16명)은 애초에 130억 년 전 생성돼 우주 팽창과 더불어 너무도 멀리 멀어진 '원시은하'의 희미한 적외선 빛을 관측하는 실험과 연구를 하고 있었다. 공동 연구진인 미국항공우주국(NASA), 한국천문연구원(KASI),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본부(JAXA), 그리고 칼텍·서울대 등의 천문·우주 연구자들은 먼저 원시은하 관측에 적합한 ‘적외선 배경복사 관측 망원경(CIBER)'을 함께 개발한 다음 이를 과학로켓에 실어 쏘아 우주에 배경처럼 희미하게 퍼진 적외선 빛을 관측했다. 관측장비를 실은 과학로켓을 네 차례 발사했으며 이번 논문에선 두 차례 관측 실험에서 얻은 자료를 이용해 분석했다. 이 연구논문은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렸다.


» CIBER 과학로켓 발사 장면과 관측 장비. 출처/ CIBER 연구팀



연구진은 이렇게 얻은 우주 적외선 배경복사의 분포에서 130억 광년 멀리 떨어진 희미한 원시은하의 빛을 보기 위해, 가까운 곳에서 빛을 내는 은하들과 별, 그리고 태양계 먼지 입자에 의해 태양 빛이 산란되는 황도광 등의 적외선 빛 요인을 하나둘씩 제거했다 (도심의 환한 빛 너머로 희미한 동네 빛을 보려면 가까운 도심 불빛을 제거하는 게 좋은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렇게 가까운 적외선 빛 요인을 하나씩 다 제거하고도 기원을 알 수 없는 초과된 밝기가 남았다(맨위 그림 참조). 


그렇다면 이렇게 남은 초과 빛은 대체 어디에서 온 걸까? 적외선 배경복사의 분포에 여전히 남은 '요동(fluctuations)'의 흔적은 어디에서 생겨난 것일까?


» CIBER 과학로켓으로 관측한 근적외선 우주배경복사 (노란색 심볼). 예측한 우주 초기 은하(붉은색 실선) 보다 짧은 파장에서 더 밝다. 또한, 은하 사이의 별들에 의해 예측된 밝기(파란색 실선)보다도 밝은 것을 알 수 있다. 출처/ CIBER 연구팀



구 방향은 자연스럽게 애초 목표인 원시은하 관측 계획에서 잠시 멀어지는 길로 나아갔다. 연구 논문에 공저자로 참여한 김민규 서울대 천문학 대학원생(박사과정)은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에 이렇게 말했다.


“맞아요. 애초에는 머나먼 원시은하를 관측하려고 기획된 연구 프로젝트였지요. 그런데 관측한 우주 적외선 배경복사에서 우리에 가까운 쪽에 있는 은하들의 빛과 같은 여러 요인들을 다 제거했다고 했는데도 여전히 남는 적외선 배경복사가 있었고, 그 기원을 찾다가 보니 이번 발견에 이르게 된 거죠. 물론 원시은하 관측이 더 큰 과학적 성취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번 발견도 꽤 중요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연구진은 논문에서 여러 분석을 통해, '초과 빛'이 대부분 은하들 바깥 쪽 영역인 '헤일로(halo)'에 있는 항성들에서 비롯한 것으로 해석했다. 또한 초과 빛은 이미 알려진 은하들에서 나오는 빛에 견줄만한 정도의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은하 외부에서 관측된 적외선 배경복사의 세기는 지금 알려진 은하들의 것에 견줄 만하며, 적외선 우주 배경 밝기에 상당히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백억, 수천억개 항성이 몰려 있는 은하의 빛에 비하면 은하 바깥의 개별 항성의 빛은 너무나 희미해 빛의 점(point source)으로도 인식되기 어렵지만, 그런 수많은 은하 바깥 항성들이 우주 곳곳에서 저홀로 빛을 내어 우주 전체로 보면(우주 광자의 총량으로 보면), 은하들이 내는 적외선 빛에 견줄 만할 정도가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식별할 수 없는 은하 바깥의 항성들은 은하 안 항성들의 밀집한 빛에 가려 있을 뿐 컴컴한 우주 곳곳에서 작디작은 빛을 내면서 무수하게 흩어져 존재한다고도 풀이할 수 있는 것이다.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전문가 해설은 “이번 근적외선 배경복사의 연구 결과는 우주의 역사를 거치며 은하들이 수없이 충돌과 합병을 겪는 과정에서 우주 전체의 항성들 가운데 절반가량이 은하들에서 떨어져 나와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또한 해설은 “우주의 주요한 구성부분이 항성들과 은하들 사이에서 평범한 시야엔 보이지 않은 채 적외선 배경복사로 남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라고 말했다.



» 우주 적외선 배경복사의 밝기를 설명하기 위한 두 가지 이론. (왼쪽) 우주 최초의 별 및 은하에서 생성되는 이론과, (오른쪽) 은하들 사이의 흩뿌려진 떠돌이 별들이라는 이론. 출처/ CIBER 연구팀



조금 강한 의미를 제시하는 이런 해설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이번 논문은 다소 신중한 결론을 제시하고 있으며, 적외선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이번 결과에서 더 나아가 은하 바깥의 무수한 항성 분포가 아직 실측된 것도 아니기에, 후속 관측과 분석 연구를 통해서 이번 논문이 제시한 은하 바깥 항성들의 존재와 특징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연구 논문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JPL), 칼텍, 일본의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도쿄대학과 함께 한국에서는 한국천문연구원의 이대희, 남욱원 박사와 김민규 서울대 천문학 대학원생(박사과정)이 공저자로 참여했다. 한국천문연은 관측 장비인 적외선 카메라 시스템을 국제 협력연구로 공동 개발하는 데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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